2025/04/30 2

행상인의 말솜씨, 상품보다 이야기

1. 행상은 물건보다 ‘사람을 파는 일’이었다예전 시골 마을 골목에 낯선 이가 나타나면먼저 귀를 기울였다.“예에 빗 있어요, 참빗, 날이 고운 새 참빗 나왔어요!”행상인의 외침은 단지 광고가 아니라,마을을 깨우는 음악이고, 사람의 관심을 끄는 한 편의 연극이었다.그들이 가져온 물건은 작고 소박했지만,그 물건을 파는 방식은 크고 풍성한 말솜씨로 이루어졌다.행상인은 말로 웃음을 주고, 말로 신뢰를 만들고, 말로 거래를 성사시키던말의 기술자이자, 감정의 소매상이었다.물건이 뛰어나지 않아도그 사람이 하는 말이 정겹고 입담이 좋으면마을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2. 말은 단지 상품 설명이 아니라, 삶의 경험을 섞은 기술이었다행상인은 단순히 제품 정보를 전달하지 않았다.그는 말 속에 자기 삶의 일부를 담았다...

약초꾼의 하루, 지식과 자연의 연결

1. 약초꾼은 단순히 약초를 캐는 사람이 아니었다약초꾼은 단지 산에서 풀을 캐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는 자연을 해석하고, 사람의 몸을 이해하며,두 생명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는 지식자이자 감각의 장인이었다.조선 시대부터 이어져 온 약초꾼의 역할은의술을 직접 행하지 않더라도,의술의 기반이 되는 재료를 책임지고,치유의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존재였다.사람들은 그를 의사라고 부르지 않았지만,병든 가족이 생기면 먼저 약초꾼을 떠올렸다.왜냐하면 그는 **‘산을 다녀온 사람’이 아니라‘자연과 대화하고 돌아온 사람’**이었기 때문이다.2. 약초꾼의 하루는 이른 새벽, 침묵 속에서 시작됐다약초꾼은 새벽이 오기도 전에 짐을 꾸렸다.소나무 껍질로 만든 지팡이, 가죽끈을 맨 배낭,그리고 예리하지만 다치지 않게 가공한 작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