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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만드는 사람들, 조선판 패션 디자이너

1. 갓은 단순한 모자가 아니라 신분과 품격의 상징이었다조선시대에 남성이라면 누구나 머리에 ‘갓’을 썼다.하지만 그 갓은 단순히 머리를 가리는 도구가 아니었다.갓은 신분, 직책, 나이, 예법을 나타내는 시각적 상징물이었고,겉모습만으로도 그 사람의 사회적 위치를 드러내는 ‘패션이자 신분증’이었다.양반은 흑립(검은 갓), 서민은 삿갓이나 갓끈 없는 갓을 썼고,관직에 따라 갓의 테 높이나 크기도 달라졌다.이처럼 갓은 엄격한 규범 속에서 착용됐기 때문에**이를 만드는 사람은 단순한 장인이 아니라,사회 질서의 외형을 디자인하는 조선판 ‘패션 디자이너’**였다.2. 갓 제작은 수십 단계의 정밀 공정이 필요한 예술이었다갓을 만드는 직인은 ‘입자장(笠子匠)’이라 불렸다.그들이 만드는 갓 하나는 단순한 대나무틀과 말총으..

연날리는 장인의 숨은 기술

1. 연은 단순한 놀이가 아닌 하늘을 지배하는 기술이었다어린 시절 연날리기는 단순한 겨울철 놀이처럼 느껴졌지만,그 속엔 공기의 흐름, 재료의 무게, 줄의 긴장도 같은 정밀한 요소들이 숨어 있었다.특히 전통 연을 만드는 장인들은하늘에 띄우는 것만이 아니라, 하늘 위에서 어떻게 ‘버티게 할 것인가’를 고민한 사람들이었다.풍속, 방향, 기온에 따라 연의 형태와 구조가 달라졌고,연줄의 재질, 꼬리의 길이, 종이의 밀도 하나하나에오랜 경험과 섬세한 감각이 녹아 있었다.하늘 높이 오르는 연 하나가 우연히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그건 마치 공기 중에 손으로 쓴 정교한 설계도와 같았다.연을 날리는 사람은 단순한 놀이꾼이 아니라,하늘과 대화를 나누던 기술자이자 예술가였다.2. 전통 연 제작에는 과학과 감각이 공존했다전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