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24 3

향 만들던 장인, 향냄새에 담긴 의미

1. 향은 단순한 냄새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다스리는 도구였다예로부터 향은 단순히 공간을 채우는 향기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향은 정신을 맑게 하고, 마음을 가라앉히며,공간에 정서적 흐름을 불어넣는 역할을 해왔다.불교의 의식에는 반드시 향이 함께했으며,선비는 글을 쓰기 전 향을 피워마음을 정리하고 생각을 가다듬었다.제사를 지낼 때 향을 올리는 것도조상과의 연결, 신과의 소통을 의미하는 행위였다.이처럼 향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신 사이의 거리를 메워주는 매개체였고,그걸 만들어내는 사람은냄새를 다루는 장인, 감정의 연금술사라 불릴 만했다.2. 향 장인은 재료의 기운과 배합의 조화를 읽어야 했다전통 향은 간단히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향나무 껍질, 침향, 백단, 육계, 정향, 회향, 진..

제례상 차리는 전문가, 그들은 왜 필요했을까

1. 제사는 단순한 의식이 아니라 기억을 차리는 일이었다제사는 단지 조상을 기리는 절차가 아니었다.제례상 하나에 담긴 것은 기억, 혈연, 가문의 전통, 그리고 살아 있는 사람들의 마음이었다.조선 시대에는 제사의 순서, 상의 배열, 음복의 형식까지모두 철저한 격식과 예법에 따라 진행됐고,그 모든 과정의 중심에는 ‘제례상 차림’이라는 정교한 작업이 있었다.그래서 제례상은 아무나 차릴 수 없었다.상차림의 순서를 잘못하면 예를 망치고,음식의 배치가 틀리면 집안 어르신들의 불만을 샀다.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이들이 바로‘제례상 차림 전문가’, 일명 “제례 집사”, 혹은 **“제상(祭床) 장인”**이었다.2. 제례상 전문가의 손끝엔 질서와 예법이 있었다제례상은 종류도 복잡하고 규칙도 까다로웠다.3열 5행, 육탕채반,..

거문고 만드는 장인, 소리의 조각가

1. 거문고는 단순한 악기가 아니라 시간을 담은 울림이었다거문고는 단순한 현악기가 아니다.그 안에는 조선의 시간, 사람의 정서, 자연의 결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길고 낮은 울림은 느린 걸음의 정서를 닮았고,묵직한 음색은 사유하는 삶의 깊이를 표현했다.하지만 그 거문고를 만드는 장인의 존재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악기를 연주하는 이는 무대에 서지만,그 무대를 가능하게 만든 사람은 늘 무대 뒤에서 조용히 소리를 조율한다.거문고 장인은 바로 그런 존재였다.그는 손으로 나무를 다듬고,귀로 소리를 듣고,가슴으로 음색을 느끼며형태가 아닌 '소리'를 조각하는 사람이었다.2. 거문고 제작에는 나무의 숨결과 장인의 직관이 깃든다거문고를 만드는 데에는 수개월이 걸린다.우선 나무를 고르는 일부터 쉽지 않다.통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