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옛 직업

장날마다 돌아다니던 이동형 상인

info-world8 2025. 4. 21. 19:42

1. 장날은 사람과 물건이 모이는 날이었다

예전 농촌이나 읍내에서는
정해진 날마다 열리는 오일장이 삶의 중심이었다.
먹을거리, 입을거리, 쓸거리까지
대부분의 물품을 한 번에 살 수 있는 **‘이동형 종합백화점’**이 장이었다.
그리고 그 장을 따라 늘 정해진 모습으로 나타나던 사람들이 있었으니,
그들이 바로 ‘이동형 상인’이었다.

이들은 고정된 점포가 없었다.
대신 각 지역의 장날을 기억하고,
날짜별로 움직이며 지역을 따라 장을 이동하며 장사하는 전문가였다.
그들은 시간을 팔고, 거리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진짜 떠돌이 장사꾼이었다.

장날마다 돌아다니던 이동형 상인

2. 이동형 상인은 단골이 없는 대신, 기억이 있었다

이동형 상인은 늘 자리를 옮겨 다녔지만,
사람들은 그들의 얼굴을 기억했고,
그들도 손님들의 이야기를 기억했다.

“저번에 사가신 속곳 어땠어요?”
“오늘은 참깨 새로 들였어요, 마님”
단골은 아니었지만,
사람의 얼굴과 품목, 가격을 기억하는 능력은
정해진 가게보다 더 강력한 신뢰를 만들었다.

그들은 뻔한 말을 하지 않았다.
장마다 가격을 다르게 하고,
마을 특성에 맞춰 말투나 품목을 살짝씩 바꿨다.
그건 살아남기 위한 요령이기도 했고,
이동형 상인만이 가진 진짜 ‘장터 기술’이었다.

3. 그들은 물건보다 분위기를 함께 실어나르던 사람들이었다

이동형 상인의 짐 보따리는
단순한 물건꾸러미가 아니었다.
그 안에는 이전 마을의 소식,
다음 마을의 소문,
그리고 잊고 있던 계절의 흐름
이 함께 담겨 있었다.
어떤 이는 부엌칼을 팔았고,
어떤 이는 빗, 바늘, 실타래, 먹을거리, 허브약 같은 민간약도 팔았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작은 장난감 하나, 사탕 몇 알이
장날의 기쁨이 되기도 했다.
그들은 단지 팔기 위해 다닌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이야기하기 위해,
사람들의 리듬을 따라 다닌 상인이었다.

그래서 이동형 상인이 지나가면
장터는 단순한 시장이 아니라
사람 사는 공간이 되었다.

4. 이동형 상인이 사라지고, 장터도 정적이 남았다

이제는 장날을 기다리는 사람도 드물고,
오일장을 따라다니는 상인도 거의 사라졌다.
차는 빠르고, 물건은 온라인으로 주문되고,
상인은 정찰제 가격만 붙여 팔고 있다.
이동형 상인이 사라지며, 장터에서 가장 먼저 사라진 건 ‘말’이었다.
흥정의 말, 인사의 말, 칭찬과 농담의 말.
지금은 점점 장터가 조용해지고 있다.
형 블로그에서 이 이야기를 꺼낸다는 건,
단순히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 냄새나는 직업, 흥정과 인연이 오가던 문화,
그리고 거리를 따라 흐르던 사람의 온기를 복원하는 일
이야.
오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건
무엇을 팔았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팔고, 누구와 연결되었는가야.
이동형 상인은 그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떠나도
사람들의 기억 속 장날 풍경에는
늘 함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