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마차는 단순한 운송 수단이 아니었다
한때 마을과 마을, 장터와 논밭을 오가던 풍경 속엔
언제나 우마차와 그 옆을 걷는 마부가 있었다.
우마차는 농산물, 장작, 생필품, 심지어 사람까지 실어 나르던 다용도 운송 수단이었고,
그 무거운 짐을 안전하게 이끌던 건 **사람이 아니라 말,
그리고 말을 다루는 기술자 ‘마부’**였다.
마부는 마차의 길잡이인 동시에,
짐의 수호자이자, 사람들 간 연결의 가교였다.
도로 사정이 지금처럼 좋지 않던 시절,
우마차는 먼 거리를 견뎌야 했고, 마부는 그 모든 상황을 말과 함께 감당해야 했다.
비가 오면 진창 길을 헤치고,
여름이면 땡볕 속을 걸었고,
겨울이면 언 길 위에서 바퀴가 미끄러지지 않게 손수 돌을 깔아가며 나아갔다.
2. 마부는 단순한 운전자가 아니라 말과 함께한 파트너였다
말을 모는 일은 단순히 고삐만 당긴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말의 기분, 건강, 습성, 그리고 피로도까지 읽어내야 제대로 길을 갈 수 있었다.
마부는 말을 아끼는 사람이어야 했고,
그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아는 사람이었다.
말이 긴장을 풀 수 있게 적당한 리듬으로 말을 걸고,
목이 마르면 물을 나눠주고,
길이 험하면 먼저 내려 말 옆을 함께 걸었다.
때론 마부가 말보다 더 많이 걷고, 더 많이 땀을 흘렸다.
그의 손엔 늘 채찍 대신 당근이 있었고,
그의 눈엔 말의 숨소리로 피로를 읽는 섬세함이 있었다.
그래서 마부는 단순한 운전자가 아니라
짐을 지고 있는 말의 친구이자,
함께 길을 걷는 인생의 동반자였다.
3. 마부의 하루는 길 위에서 시작되고 끝났다
마부의 하루는 새벽부터 움직였다.
짐을 싣기 전, 말의 상태를 점검하고,
마차 바퀴에 기름을 바르고, 수레의 균형을 맞추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됐다.
말에게 짚을 먹이고, 고삐와 안장을 단단히 매고 나서야
비로소 출발할 수 있었다.
한 번 길을 나서면 수 킬로미터, 때론 수십 킬로미터를 오가는 게 일상이었다.
가던 길에 마을 사람이 타기도 했고,
짐이 쏟아지면 마부는 허리를 굽혀 하나하나 다시 실었다.
장터에 도착하면 짐을 내리고, 돌아가는 길에 또 다른 짐을 실었다.
하루가 끝나면 말의 땀을 닦이고,
굽이 닳은 말발굽을 살피고,
다음 날을 위해 마차의 바퀴를 다시 조였다.
그는 하루의 피로를 말과 함께 나누었고,
말이 쉬는 순간에서야 자신도 숨을 돌릴 수 있었다.
4. 마부가 사라지며, 길도 조용해졌다
지금은 우마차도, 마부도 찾아보기 어렵다.
자동차와 트럭, 오토바이가 물류를 대신하게 되었고,
말은 더 이상 생계의 수단이 아닌 관광 상품이나 이벤트 속 존재가 되었다.
마부가 사라지며,
길 위엔 속도는 남았지만 온기와 여백은 사라졌다.
느리게 걸으며 사람과 마을을 이어주던 마부의 존재는,
단순히 수레를 끄는 사람이 아니라
한 시대의 리듬을 이끌던 노동자였고,
말과 함께한 이 땅의 진짜 걸음꾼이었다.
형 블로그에서 이 이야기를 기록하는 건
단순한 직업의 기록이 아니라
사라진 리듬, 사라진 감각, 그리고 함께 걷던 존재의 복원이야.
말도, 사람도, 하루도
느리지만 따뜻했던 그 시절의 한 조각을
지금 이 글로 다시 걷게 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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