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옛 직업

뗏목꾼, 강을 따라 떠나는 직업

info-world8 2025. 4. 21. 18:39

1. 강이 길이던 시절, 뗏목은 수송의 주역이었다

도로가 닦이기 전, 트럭이 흔치 않던 시절엔
강이 곧 길이었다.
산에서 베어낸 나무들을 실어나르기 위해
사람들은 나무를 엮어 만든 ‘뗏목’에 의지했다.
이 뗏목을 타고 물길을 따라
수십 킬로미터, 때로는 강 하구까지 이동하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이 바로 ‘뗏목꾼’이다.
뗏목꾼은 단순히 나무를 운반한 게 아니라,
강의 흐름을 읽고, 위험을 예측하며, 물살 위에서 생계를 이어간 사람이었다.
그들은 조용히 물 위를 미끄러지듯 지나갔지만,
그 여정 하나하나엔 삶과 땀이 가득 실려 있었다.

뗏목꾼, 강을 따라 떠나는 직업

2. 뗏목꾼은 물길의 기술자이자 감각의 장인이었다

뗏목 하나를 만들기 위해선
나무를 같은 길이로 맞추고,
질긴 새끼줄이나 철사로 단단히 묶는 기술이 필요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걸 물에 띄우고, 흐름을 타며 조종하는 능력이었다.
뗏목꾼은 노나 장대로 방향을 잡았고,
급류나 여울, 소(沼)와 같은 험한 지형을
오로지 경험과 감으로 뚫고 나가야 했다.
잘못 들어가면 뗏목이 뒤집히거나 부서지고,
강가 암석에 부딪히면 목재도 사람도 한순간에 위험에 처했다.
그래서 뗏목꾼은 몸으로 강을 읽고,
소리로 물살을 듣고,
눈으로 다음 굽이를 예측하던 전문가
였다.
그들의 기술은 손이 아닌 전신으로 배우는,
물 위에서 체득한 감각의 예술이었다.

3. 뗏목 위의 여정, 그리고 그들만의 하루

뗏목을 타고 이동하는 데엔 하루, 길게는 며칠이 걸리는 여정이 필요했다.
뗏목꾼들은 새벽 일찍 강가에 나와 준비를 마치고,
햇살과 안개를 뚫으며 떠났다.
도중에 점심은 뗏목 위에서 간단히 해결했고,
밤이 되면 강변에 뗏목을 묶고 야영하며 하룻밤을 보냈다.
이동 중엔 다른 뗏목과 마주치기도 했고,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길을 공유했다.
뗏목 위에서의 하루는 단순히 운반이 아닌
하나의 항해, 작은 모험, 그리고 자기와의 조용한 대화였다.
말수 적은 뗏목꾼들은
물 위에서 많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들의 손놀림과 시선 하나하나가
직업적 자부심과 생존의 기술을 말해주고 있었다.

4. 뗏목꾼이 사라지고, 강은 길이 아닌 경치가 되었다

지금의 강은 더 이상 물류의 통로가 아니다.
도로가 깔리고, 트럭과 화물차가 주인공이 되면서
뗏목은 관광 체험으로 남고,
뗏목꾼은 전시용 전통 직업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건,
그들이 물살을 타며 실어 나른 건 단순한 나무가 아니라,
강과 인간의 공존 방식, 자연을 순응하며 일하던 삶의 태도다.
형 블로그에서 이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건
사라진 직업을 떠올리는 게 아니라
흐름에 몸을 맡기되, 중심을 잃지 않던 사람들의 철학을 되살리는 일이야.
뗏목꾼은 강을 따라 떠났지만,
그들의 손과 눈은
끝내 방향을 잃은 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