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옛 직업

책장수의 유랑기, 활자의 전도사

info-world8 2025. 5. 4. 08:14

1. 책은 찾아오는 게 아니라 찾아가야 했다

오늘날 우리는 서점을 찾거나 온라인으로 손쉽게 책을 주문한다.
하지만 과거, 특히 책이 귀하던 시절에는
사람들이 책을 찾기보다, 책이 사람을 찾아갔다.
바로 책장수
길 위를 떠돌며 활자와 이야기를 들고 다닌 전도사였다.

책장수는 마을마다, 골목마다, 심지어 깊은 산골까지
지식의 무게를 등에 지고 이동했다.
그들이 도착하면,
책을 읽을 줄 아는 사람뿐만 아니라
문맹인 이들도 그림책을 구경하고,
이야기책을 들으며 세상의 넓이를 상상했다.

책이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세상을 여는 문이었기에,
책장수는 단순한 장사가 아니라 '문화의 운반자'였다.

책장수의 유랑기, 활자의 전도사

 

2. 책장수는 책보다 꿈을 팔았다

책장수가 들고 다닌 책은
늘 똑같지 않았다.
– 한문으로 된 고전,
– 염가로 만든 소설책,
– 아이들을 위한 전래동화,
– 농부들을 위한 농업 서적,
– 장사꾼을 위한 상술 입문서

그는 사람들이 필요로 할 만한 책을
상황에 맞게 골라 소개했다.

"이 책은 올해 농사짓는 데 요긴합니다."
"이 소설은 눈물 나게 좋습니다.
밤마다 딸한테 읽어주세요."
책장수의 입담과 설명은 단순한 홍보가 아니었다.
책을 통해 삶을 바꾸려는 작은 꿈을 함께 전했다.

책장수는 책을 팔면서
사람들의 기대와 상상, 새로운 가능성까지 함께 팔았다.

3. 유랑은 고단했지만, 책을 내려놓을 수는 없었다

책장수의 여정은 쉽지 않았다.
등에 진 책 보따리는 무거웠고,
비 오는 날이면 종이를 젖지 않게 지키기 위해
비닐 대신 기름종이나 천을 덮어 고군분투했다.

장터 한구석, 길모퉁이, 나무 그늘 아래에 자리를 깔고
책을 펼치는 순간,
비로소 작은 서점이 탄생했다.

사람들이 모여들면,
책장수는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글자 속에 담긴 세상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고된 이동에도 불구하고
그는 매일 새로운 마을로 향했다.
왜냐하면 책 한 권이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4. 책장수가 사라지며, 책과 삶 사이의 온도도 식어갔다

오늘날 책은 넘쳐난다.
하지만 우리는 책을 구입하는 대신
책을 소비하고, 빠르게 잊는다.

책장수가 사라지면서,
사람과 책 사이의 '만남'이라는 특별한 순간도 함께 사라졌다.

형 블로그에서 이 이야기를 복원하는 건
단순히 옛날 직업을 소개하는 게 아니라,
지식을 사람에게 직접 가져다주던
그 따뜻한 전달자의 문화,
그리고 책이 삶을 바꾸던 시대의 감각을 다시 불러오는 일
이다.

책장수는 책을 판 게 아니라,
세상의 꿈과 가능성을 조용히 배달했던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