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옛 직업

짚공예 장인, 짚신 하나에 담긴 정성

info-world8 2025. 4. 20. 18:44

1. 짚신은 단순한 신발이 아니었다

지금은 전시관이나 민속촌에서나 볼 수 있는 짚신이지만,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짚신은 우리 조상들의 가장 기본적인 생활 도구였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금방 젖고 닳아버리는 신발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자주 만들고, 더 정성스럽게 신었다.
짚신은 벼를 수확한 후 남는 짚으로 손수 엮어 만든 수공예품이었고,
신는 사람의 발 크기, 생활 환경, 성별에 따라 모양과 방식이 달라졌다.
무심코 밟고 다니던 그 짚신 하나에도 한 사람의 손끝과 마음이 오롯이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짚공예 장인은 단순한 신발을 만든 게 아니라,
한 사람의 일상을 받쳐주는 바닥을 짚으로 엮어낸 장인이었다.

짚공예 장인, 짚신 하나에 담긴 정성

2. 짚신을 엮는 기술은 세대를 이어 배워졌다

짚신을 만드는 일은 마냥 쉬운 게 아니었다.
짚을 잘 말리고, 부드럽게 두드려 풀고,
신축성과 내구성을 고려해 꼬고 엮는 과정은 수십 번의 손놀림이 필요했다.
특히 짚의 두께와 방향을 일정하게 맞추지 않으면,
짚신은 며칠도 가지 못하고 망가지기 십상이었다.
그래서 짚공예 장인은 그저 만드는 사람을 넘어,
짚이라는 생물과 대화하며 기술을 터득한 숙련된 장인이었다.
이 기술은 말로 배우는 게 아니라,
손을 보고 손으로 익히는 방식으로만 전수됐다.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어머니가 딸에게 물려주던 지혜였고,
짚신 하나에 수십 년간의 감각과 리듬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3. 짚신은 삶의 속도와 발걸음을 닮아 있었다

짚신은 특유의 질감 때문에 발바닥에 감촉이 그대로 전해졌고,
땅의 온기와 차가움, 돌기의 거칠음까지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신발이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짚신을 신는 순간,
자연과 가까워진다고 말하곤 했다.
또한 짚신은 쉽게 닳았기 때문에
계절마다 새로 만들어야 했고,
신는 사람마다 그 모양과 사용감이 조금씩 달랐다.
아이들은 작고 귀여운 짚신을 신고 뛰어다녔고,
노인들은 두툼하고 발을 감싸는 짚신으로 겨울을 견뎠다.
짚공예 장인은 단순히 ‘신을 만들었다’기보다
한 사람의 걸음걸이에 맞춘 바닥을 디자인한 셈이었다.
그들의 손에서 나오는 짚신은 발에 맞게, 땅에 맞게, 계절에 맞게 달라졌다.

4. 짚공예가 사라지고, 우리가 놓친 것들

이제는 짚신을 신는 사람도, 만드는 사람도 찾기 어렵다.
가죽과 고무, 플라스틱 등으로 만든 신발이 일상이 되면서
짚의 자리는 점점 사라졌고, 손으로 엮는 기술도 함께 잊혔다.
짚공예 장인은 농사 짓는 사람보다도 더 드물어졌고,
짚신은 기능이 아닌 ‘상징’으로만 남게 되었다.
하지만 짚신은 단순히 옛날 신발이 아니라,
사람의 발에 맞춰 손으로 만든 유일한 신발이었다.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감각, 한 올 한 올 엮어내는 정성,
그리고 누군가를 위한 마음이 함께 담겨 있던 기술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