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직업 12

갓 만드는 사람들, 조선판 패션 디자이너

1. 갓은 단순한 모자가 아니라 신분과 품격의 상징이었다조선시대에 남성이라면 누구나 머리에 ‘갓’을 썼다.하지만 그 갓은 단순히 머리를 가리는 도구가 아니었다.갓은 신분, 직책, 나이, 예법을 나타내는 시각적 상징물이었고,겉모습만으로도 그 사람의 사회적 위치를 드러내는 ‘패션이자 신분증’이었다.양반은 흑립(검은 갓), 서민은 삿갓이나 갓끈 없는 갓을 썼고,관직에 따라 갓의 테 높이나 크기도 달라졌다.이처럼 갓은 엄격한 규범 속에서 착용됐기 때문에**이를 만드는 사람은 단순한 장인이 아니라,사회 질서의 외형을 디자인하는 조선판 ‘패션 디자이너’**였다.2. 갓 제작은 수십 단계의 정밀 공정이 필요한 예술이었다갓을 만드는 직인은 ‘입자장(笠子匠)’이라 불렸다.그들이 만드는 갓 하나는 단순한 대나무틀과 말총으..

전통시장 노점상과 고정상인의 차이

1. 장날은 사람과 물건이 모이는 날이었다예전 농촌이나 읍내에서는정해진 날마다 열리는 오일장이 삶의 중심이었다.먹을거리, 입을거리, 쓸거리까지대부분의 물품을 한 번에 살 수 있는 **‘이동형 종합백화점’**이 장이었다.그리고 그 장을 따라 늘 정해진 모습으로 나타나던 사람들이 있었으니,그들이 바로 ‘이동형 상인’이었다.이들은 고정된 점포가 없었다.대신 각 지역의 장날을 기억하고,날짜별로 움직이며 지역을 따라 장을 이동하며 장사하는 전문가였다.그들은 시간을 팔고, 거리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진짜 떠돌이 장사꾼이었다.2. 이동형 상인은 단골이 없는 대신, 기억이 있었다이동형 상인은 늘 자리를 옮겨 다녔지만,사람들은 그들의 얼굴을 기억했고,그들도 손님들의 이야기를 기억했다.“저번에 사가신 속곳 어땠어요?”“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