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옛 직업

민속놀이 제작자, 윷과 팽이의 장인

info-world8 2025. 4. 25. 08:32

1. 놀이는 문화였고, 그 문화를 만든 장인이 있었다

윷이나 팽이는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을을 하나로 묶고, 명절을 축제처럼 만들며,
세대 간의 경계를 허물고 모두가 함께 웃게 만든 민속문화의 중심이었다.
윷을 던지며 팀을 나누고, 팽이를 돌리며 겨울을 나던 시간은
단순한 오락이 아닌 공동체적 감정의 공유였다.
그리고 그 놀이를 가능하게 만든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민속놀이 제작자들,
윷 장인, 팽이 장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어른들의 승부욕 사이에 자리한 기술자였다.
단순히 나무를 깎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흥과 놀이를 설계한 숨은 장인들이었다.

민속놀이 제작자, 윷과 팽이의 장인

2. 윷 장인은 단순한 나무 깎는 기술자가 아니었다

윷을 만드는 일은 단순히 네 개의 나무막대를 깎는 작업이 아니었다.
윷 장인은 나무의 재질, 무게, 탄성을 고려해
던졌을 때 균형 있게 굴러가고, 결과가 공정하게 나올 수 있도록 정교하게 깎아야 했다.
무늬도 새기고, 가운데 홈을 파거나 곡선을 넣어
잡기 좋고 보기 좋은 윷을 설계했다.
가족끼리 쓰는 윷, 마을 대항 윷놀이에 쓰는 윷,
심지어 체험용 윷까지
용도에 따라 재료와 마감 방식도 달라졌다.
고급 윷은 단단한 오동나무나 느티나무로 만들고,
싸고 가벼운 윷은 버드나무나 참나무를 썼다.
윷 장인은 도끼나 칼보다 먼저,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그것을 손으로 구현하는 감각의 장인이었다.

3. 팽이 장인은 손끝으로 균형을 설계한 공방의 수학자였다

팽이는 더 복잡한 계산이 필요한 민속 장난감이다.
단 몇 초의 회전 속에 중심축, 무게, 마찰력, 회전 반경 같은 모든 요소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팽이 장인은 가장 먼저
나무결이 고르고 중심이 잘 잡히는 재료를 찾았다.
주로 단단하면서 가벼운 참나무, 단풍나무 등을 사용했고,
팽이의 높이, 돌기 모양, 회전축의 굵기까지
밀리미터 단위로 조정했다.
제작 후엔 반드시 시범 회전을 해보며
제대로 서서 오래 도는지, 중심이 틀어지지 않는지를 체크해야 했다.
이 장인에게 팽이는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라
자신의 균형감각과 손기술, 감각의 총합을 담은 작품이었다.
특히 싸움팽이를 만들 때는
상대방을 밀쳐낼 수 있도록 돌기를 정교하게 다듬는 등
놀이성과 기술성, 예술성이 모두 결합된 손끝의 정밀 작업이 필요했다.

4. 장인이 사라지자, 놀이도 조용히 뿌리부터 지워지고 있다

지금은 윷과 팽이도 대부분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다.
플라스틱 윷, 기계식 팽이가 흔해지면서
장인의 손길이 깃든 민속놀이 도구는 점점 보기 힘들어졌다.
놀이문화가 사라지면 도구도 잊히고,
도구가 잊히면 그걸 만들던 기술도 사라진다.
우리가 지금 되살려야 할 것은
그 시절 윷 하나, 팽이 하나가 주었던 단순한 즐거움만이 아니다.
그걸 위해 나무를 깎고, 손끝으로 균형을 설계하고,
사람들의 웃음을 상상하던 장인의 철학이다.
형 블로그에서 이 이야기를 기록한다는 건
사라진 놀이를 복원하는 게 아니라,
놀이를 만들던 사람의 손,
그리고 그 손에 깃든 ‘사람을 위한 기술’의 가치를 되살리는 작업
이야.
팽이처럼 한 번 돌면 오래 기억되는 것들,
그건 결국 사람의 손으로 만든 것이었다.